마음으로 사람을 이끄는 리더는 왜 흔들리지 않는가 - [사슴을 이끄는 사자의 리더십]
고등학교 농구 선수로 활약하던 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여러 대학교를 열심히 탐문하고 연구하러 다녔다. 주전 선수 자리를 보장해 주고 얼마 동안 경기에 투입하겠다며 나를 안심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출세를 약속하는 감독들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듀크대학교의 슈셉스키 감독님은 그런 감독들과 달랐다.
“네가 듀크대에 입학해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 얻어 갈 수 있을 테니 너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감독님에게 완전히 빠져들었고 부모님도 감명을 받으셨다. 감독님과 함께 열심히 뛰다 보면 멋진 선수가 될 뿐 아니라 한층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얼마 후 시즌이 끝날 때마다 개최되는 연례 졸업행사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초대 손님이 되어 참석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마치 가족이 재회라도 한 것처럼 서먹하지가 않았다. 나는 졸업을 앞둔 퀸 스나이더 선배의 연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이 가르쳐 준 가치관(헌신, 강인함, 정직, 인테그리티, 공동책임, 자부심, 사랑 그리고 우정)을 선배가 열거하자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 감동적인 장면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듀크대를 선택했다.
1990년 가을에 가졌던 첫 모임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모임 장소에 입장하는 감독님의 모습에서 흥분, 걱정,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우리를 집중시키기 위해 잠시 동작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올해 우리는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 감독님의 첫마디였다.
감독님이 첫 모임에서 우승을 언급한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감독님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주전 선수로 활약하던 3명이 빠져났고, 지난 챔피언십 땐 라스베이거스에게 30점 차로 지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에 우승이란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감독님의 의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품었던 의혹은 모임이 끝나갈 때쯤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했다. 그게 바로 슈셉스키 감독님의 특기다. 감독님에겐 스스로 모범이 됨으로써 믿음을 주는 신비로운 마력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감독님의 말처럼 듀크대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님과 4년을 함께 지내면서 4강에 네 번, 결승전엔 세 번이나 진출했다. 하지만 나는 그 영광보다 감독님에게 배웠던 인생과 리더십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목표를 높이 설정하기’, ‘신뢰를 바탕으로 친밀한 인간관계를 도모하기’, ‘공동의 목표를 세우기’,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헌신하기’, ‘굴욕적으로 승리하기보다는 품위 있게 지는 편을 선택하기’,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큰 조직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하기’, ‘인생의 여정을 즐기기’.
나는 대학 생활 동안 그저 농구팀 소속 선수가 아니라 팀원으로서 후대에 물려줄 유산을 만들었다. 그런데 슈셉스키 감독님은 25년 동안 훨씬 더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NCAA 토너먼트 15회 진출에 NCAA 역사상 최고의 승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14년간 4강에는 8회나 진출했고, 25년 동안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최초로 연속 2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게다가 승률 71.7퍼센트에 스포츠계에선 정직하고 인테그리티를 갖춘 감독으로 정평이 났고, 팬들도 수천 명에 달한다.
슈셉스키 감독님은 재능이 많든 적든 누구나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다.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성과 환경과 문화가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라고 가르쳤다. 또한 선수들이 협력하면서 팀워크를 발휘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선수들 중에 나도 포함된다.
‘뽕잎이 인내를 만나면 비단옷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나는 새내기 시절에 자기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늘 내 실력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님은 잘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격려해 주고 언제나 내게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다. 내가 그 사실을 믿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감독님은 날 끝까지 믿고 기다렸다. 그동안 농구 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우며 NBA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원칙’과 ‘가치관’을 가르쳐 주셨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농구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며 사업가나 성직자, 혹은 스포츠 감독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성공전략이다.
아버지는 사자가 이끄는 사슴의 무리가 사슴이 이끄는 사자의 무리를 이긴다고 말씀하셨다. 슈셉스키 감독님은 듀크대에서 우리를 이끄는 사자였다. 감독님은 우리의 친구이자 멘토이며, 감독이자 리더였다. 나는 몇 년 전에 듀크대를 졸업했으나 지금도 대학 다닐 때 못지않게 감독님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감독님과 내가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감독님이 배출한 많은 선구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듀크대에서 감독님을 만난 건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다.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감독님께 감사하고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라커룸에서 첫 모임을 하던 신입생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내 눈을 바라보며 “그랜트, 너는 특별하다.”라고 말하는 감독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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